에픽세븐은 스마일게이트에서 서비스하는 2018년에 출시된 모바일 게임입니다. 출시 5년을 맞이한 장수 수집형 모바일 게임 에픽세븐에서 최근 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게임사에서 신규 과금 BM(Business Model)을 위해 새로운 패치를 예고했고, 그에 따라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크게 반발했습니다.
너무나도 큰 반발에 게임사에서는 업데이트 계획을 철회하고 새로운 과금 모델을 폐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게임사에서 유저의 반발에 의해 사과를 하고 계획했던 업데이트를 그만두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만큼 흥미로운 일이기에 게임사가 계획했던 과금 모델이 무엇인지, 유저들은 어째서 반발하고 어떤 노력으로 게임사의 포기를 이끌어 낼 수 있었는지에 대하여 쉽게 풀어 알려드리겠습니다.
1. 에픽세븐 새로운 과금 BM 잠재력 각성
게임이 서비스가 오래 되다보면 파워 인플레에 의하여 초반에 출시됐던 영웅들은 쓰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픽세븐에서는 해결을 위해 달마다 밸런스 패치를 하고 있지만 그걸로는 부족한 부분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바로 ‘잠재력 각성’이라는 시스템 입니다.
에픽세븐에는 기존 ‘각성’이라는 캐릭터 강화 시스템이 있습니다. 총 6단계의 강화로 촉매재나 룬 등 모험이나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각종 재화로 캐릭터를 강화하고 능력치나 스킬의 추가 효과를 얻는 시스템입니다.
‘잠재력 각성’은 기존 각성에 6단계를 추가한, 총 12단계의 캐릭터 강화 시스템입니다.
잘 쓰이지 않는 기존 캐릭터를 강화해주고, 잠재력 각성에 쓰이는 재화 또한 게임을 플레이 해 얻을 수 있어 좋아 보였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1.1 강제되는 기억각인 시스템
에픽세븐에는 ‘기억각인’이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같은 영웅을 강화 재료로 사용하면 영웅의 각인 등급이 B~SSS까지 상승하며 정해진 능력치를 상승시켜주는 시스템입니다.
지금까지는 중복 영웅을 얻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보상, 또는 게임을 오래 하거나 운이 좋으면 얻을 수 있는 보너스 스탯 같은 느낌이었기에 유저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치명 확률 기억각인이 아니라면 괜찮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
하지만 잠재력 각성이 업데이트 되며 크게 달라졌습니다.
게임사에서 잠재력 각성이 추가된 캐릭터에 한해 기억각인 높다면 추가 능력치와 스킬 효과를 얻을 수 있게 해 놓은 것입니다.
위 예시 크라우의 잠재력 개화 효과에는 ‘호위’라는 기사에게 필수적인 버프가 기억각인 B등급 추가효과에 있습니다. 이런 효과를 잠재력 개화 기억각인 추가 효과에 넣음으로서 적어도 하나의 중복 영웅을 사용한 B등급 기억각인은 필수라고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크라우를 가지고 있는 유저들은 인기 캐릭터인 월광 ‘라스트 라이더 크라우’에 중복 영웅을 기억각인 해 버린 경우가 많았고, 쓰지 않을 거라 생각해 타 캐릭터에 강화 재료로 사용한 유저들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잠재력 각성 기억각인 B등급 추가효과에는 캐릭터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필수 효과가 내장되어 있었고, 잠재력 각성을 받은 캐릭터들은 최소 하나의 중복 영웅을 통해 기억각인을 해줘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는 기존 하나만 뽑아도 충분한 역할을 해 주었던 영웅 캐릭터들이 최소 2개 이상을 뽑아 기억각인을 해 주어야 적절한 성능을 낼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따라서 캐릭터를 뽑는데 필요한 유료 재화가 최소 2배 이상 늘어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게임사에서는 기존 메타에 뒤쳐진 캐릭터들 뿐만 아니라 ‘이제부터 출시되는 신규 캐릭터들 모두에게 잠재력 각성 시스템을 추가하고 출시하겠다.’라고 설명하여 유저들은 더욱 큰 반발을 했습니다.
기존 캐릭터들은 게임이 시작된 지 5년이나 지났기에 어느정도 중복 캐릭터들을 뽑아 기억각인이 높은 캐릭터들이 있었던 반면, 신규 출시되는 영웅들을 중복으로 뽑아 기억각인 하려면 어마무시한 유료재화와 현금이 들 것이 확실했기 때문입니다.
유저들은 뻔히 보이는 게임사의 속내에 크게 반발했습니다.
1.2 잠재력 각성은 왜 나오게 되었나?
사실 게임사의 기억각인이 높을수록 추가 효과를 얻는 시스템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3년 7월에 출시된 서브스토리 ‘한여름의 파라다이스’에서 한정 캐릭터 ‘바다향기 루루카’의 기억각인 등급이 높을수록 전투 난이도가 낮아지는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최고난이도의 전투는 바다향기 루루카의 기억각인이 낮으면 고인물들도 깨기 어려울 정도의 어려운 난이도였으며, 유저들은 이때에도 큰 반발을 하였습니다.
결국 게임사는 기억각인에 따른 주인공 강화효과를 삭제하였습니다.
이러한 기억각인 강화에 따른 추가 능력치와 효과는 왜 나온 것일까요?
에픽세븐은 한 두달 정도 열심히만 하면 한정 캐릭터나 원하는 영웅을 얻을 수 있을 만큼의 뽑기 재화 ‘성약 책갈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에픽세븐의 매출은 성약 캐릭터가 아닌 신비 뽑기로 얻을 수 있는 월광 영웅,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한정 콜라보 영웅에서 나왔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뒤엎고, 매출을 증가시키기 위해 게임사에서 한 번만 얻어도 되는 영웅이 아닌 최소 두번은 뽑아 기억각인을 해야 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으로 추측합니다.
최근 에픽세븐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회사 ‘Super Creative’가 게임의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Smilegate Megaport, Inc’의 자회사로 편입되었습니다.
그리고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의 대표로 백영훈 대표가 취임했습니다.
유저들은 넷마블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커리어를 쌓은(세븐나이츠, 일곱개의 대죄, 리니지2레볼루션 등) 새 대표가 기존에 하던 대로 모바일 매출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새로운 과금 모델을 설계하여 게임 이용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려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2. 게임사에 반대하는 유저들의 반발과 노력
에픽세븐은 제대로 하려면 싼 게임이 아닙니다.
에픽세븐에는 확률 UP, 픽업 뽑기에서 얻을 수 없는 ‘월광 영웅’이 있습니다. 빛과 어둠 속성이며 타 캐릭터들에 비하여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월광 영웅은 일반 뽑기로는 0.15%(5성 월광 영웅 뽑기 확률)라는 희박한 확률로밖에 얻을 수 없기에 대부분의 유저들은 ‘신비 뽑기’라는 전혀 다른 뽑기 재화를 사용하는 뽑기로 월광 영웅을 획득합니다.
이러한 신비 뽑기를 통해 신규 출시되거나 로테이션되는 월광 영웅을 얻으려면 약 80만원이라는 금액을 사용해야 얻을 수 있습니다. 월광 영웅은 좋은 성능을 가지고 있고, 원하는 캐릭터를 뽑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 적어도 1년은 기다려야 하기에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들은 총 80만원에 달하는 신비 패키지를 전부 구매하여 원하는 월광 영웅을 뽑기를 망설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열심히 하다보면 얻을 수 있는 ‘성약 영웅’에 새로운 과금 모델을 추가한다는 것에 유저들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커뮤니티 단위로 댓글과 글을 써 가며, 유저들은 잠재력 각성 업데이트를 그대로 한다면 게임을 접거나 불매운동과 서명운동, 심지어 1인 시위까지 하며 업데이트를 반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심지어 중국 유저들은 에픽세븐의 업데이트에 반대하며 트럭 시위를 하기 위해 550만원을 모금하였고, 하루만에 모금이 완료되어 스마일게이트 본사 앞에 몇주간 잠재력 각성 업데이트를 반대하는 영상을 튼 트럭을 보낼 계획을 세웠습니다.
(에픽세븐은 지난 2023년 6월, 중국 앱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했고 10위권 안에 드는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또한 에픽세븐의 2023년 6월~8월 매출의 49%가 중국 시장에서 나왔다고 발표되었다.)
3. 스마일게이트의 업데이트 전면 철회
유저들의 너무나도 큰 반발이 우려되었을까요? 지난 2019년 치트오메틱 사태와 월광 영웅에 대한 불만으로 간담회까지 했었던 에픽세븐 측에서는 결국, 디렉터가 나와 결국 업데이트를 전면 철회하고 모든 스펙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오랜 시간 개발해왔을 업데이트를 철회한다는 소식에, 유저들은 어려운 결정을 한 게임사를 칭찬하며 시위 트럭이 아닌 응원을 위한 커피 트럭을 보내야겠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시위 트럭을 보내려던 중국 유저들 또한 시위가 아닌 응원의 영상을 담은 트럭을 보내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에픽세븐은 여러 편의성 업데이트(반복 전투, 게임의 디자인 개선 등)를 하며 유저를 위한 패치를 여럿 했습니다.
에픽세븐에서는 20년이나 가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고 싶다는 의견을 개발 초기부터 피력해 왔으며, 현재 서비스 후 5년이 지났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됐던 많은 모바일 게임이 서비스 중지된 것을 보면 에픽세븐이 20년 동안 서비스되는 것도 꿈만 같은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유저들은 게이머의 말을 들어주는 게임사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앞으로도 오래동안 게임을 즐기겠다고, 에픽세븐 만한 모바일 수집형 게임이 없다고 칭찬하고 있습니다.
다만 게임사 또한 땅을 파서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기에,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상생하는 유저들의 올바른 과금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